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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선생님 본문

그냥 기록해두고 싶은 것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zard0210 2022. 6. 29. 18:31

<시작>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엄청 좋아한 선생님이 있었다.

싸이월드에서 선생님하고 일촌을 맺을 때 '내가 2번째로 좋아하는 선생님'이라고 별칭을 정하고

방과후 서예시간에 000짱 이라고 적어서  선생님께 드리고 엄청 따르고 그랬던 선생님

이 외에도 넘치는 것이 추억이고 이야기거리이지만 나는 정말 가기 싫었는데 전학을 가게 되었다.

솔직히 이 전학이 나의 안좋은 전환점이였던 것 같다. 뭐 그 이야기는 여기에 적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넘어가고

그렇게 아 '다시 찾아뵙고 싶다'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별로 다가가고 싶지가 않았다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고, 내 스스로도 내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으니까. 

이런 나의 모습을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 마음은 대학교 1학년까지 계속 나아갔었고, 나는 군대를 갔다.

그리고 정신분석을 계속 공부해나가면서 내가 선생님을 만나뵙고 싶은 감정이

과연 진짜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또 다시 성모 마리아와 같은 존재를 찾는 지 확신이 안섰으니까.

 

<전진>

항상 이성은 감정을 앞서고 감정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거의 모든 결정은 감정에서 시작되고 감정으로 맺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감정적으로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찾을 수 있을까로 시작했다

먼저 초등학교 기록물부터 찾아봤다. 독후감 기록지, 일기장 등등등 혹시나 적혀있을까 해서

하지만 역시나 남아있지 않었다. 있을리가 없지

그래서 구글링을 엄청 했다. 그래서 결과물은 엄청 좋았다

무려 선생님이 하던 트위터를 발견한 것이다.

거기에는 선생님의 트위터 아이디도 있었고 싸이월드 링크도 있었다.

이제 다 왔다! 라고 생각을 했지만 인생이란 그렇다

항상 적당한 희망을 던지고 그걸 잡으면 도착하는 곳은 시궁창이다

카카오톡 아이디는 트위터와 달랐고 싸이월드는 개인정보 문제로 탈퇴한 것이다.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절망과는 다르게 머리는 새로운 곳을 계속 찾아갔다

바로 교대다니는 친구가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탁과 부탁의 연속으로 결국 찾았다

대구 외곽에 영어 선생님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엄청난 심장떨림과 함께 많이 흔들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해당 초등학교로 전화를 했는데 받은 분이 바로 선생님이셨다.

나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을 잘 못했지만 회복하고 선생님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떻게 자기를 찾았냐, 잘 지냈냐, 지금 뭐하고 지내냐 등등등 여러가지 말들 속

선생님은 휴직을 오래했고 복직한 지 얼마 안되었으며 주 2일 출근을 하고 있고

퇴근하려고 나가던 중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참 그렇다. 참 괴로움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항상 살아갈 희망은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게 전화번호를 받고 전화는 끊어졌다.

그렇게 선생님과 다시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았다.

 

<혼동>

인간은 병든 존재다. 나는 인간이고, 그래서 나는 병든 존재다.

누군가에게나 다 병이 있겠지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엄청난 대혼동이 찾아왔다

내가 선생님을 왜 만나고 싶어하는 거지 - 내 무의식에서 나오는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내가 만나서 얻고 싶은 것은 뭐지 - 혹시 내가 지금 현실이 아닌 환상에 살고 있나?

벌써 선생님의 아들들이 2명이나 있네, 엄청 컸다 - 나도 그때는 이 정도였나?

등등등등 엄청난 혼란이 찾아왔고, 급격하게 우울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이 감정의 원인이 되는 사건이나 사고가 무엇인 지 파악은 안되지만

감정이란게 올라왔다가 다시 사라지듯, 감정은 금방 사라졌고

나는 이제 다가오는 날을 위해 외면적으로, 내면적으로도 준비를 해나갔다.

다시 탈색과 염색을 하고, 옷을 준비하고, 밥을 어디서 먹을 지 찾아나가는.

 

 

<만남>

그렇게 오늘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12년만에 다시 뵙게 되었다.

원래는 12시였지만, 선생님이 대기열을 생각해서 11시 반에 만나자고 하셨고

11시 반에 만나서 일식집에 가니 운이 좋게도 손님이 많이 없었다

만나기 전에는 희미하게 얼굴이 기억이 났었지만 만나고 나니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장발과 빨간 빛이 나는 머리, 코의 점 있으셨던 선생님이 단발로 변하시고 머리색도 변했다

뭐라고 말을 할 지 조금 애매했다. '선생님 머리자르셨네요' 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12년의 세월이 지나서 무언가가 걸렸다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좋았다. 그냥 이게 무슨 상황인 지 잘 안믿길 정도로, 계속해서 옛날 얘기도 했다.

내가 어릴 때 그렇게 많이 울었다고 한다

내가 발표를 하면 그 다음은 다른 사람이 해야하는데 날 안시켜주면 울었다고 한다

또 줄을 서더라도 선생님 바로 뒤에 못서면 또 울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선생님을 좋아했으니까'로 포장을 살며시 해본다 

또 난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또 내가 몰랐던 이야기 중 하나는 초등학교 당시 여자애들이 나를 엄청 좋아했단는 것이다.

이게 제일 안믿겼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엄청 애들을 괴롭혔는데, 애들이 나를 엄청 좋아했다는 것이다.

내 매력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이 얘기를 하던 중 하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A와 B랑 엄청 친하게 무리를 지어서 다녔는데 어떤 여자 C랑 자주 놀았다.

그런데 전교에 소문이 난것이다. 내가 C랑 사귄다고, 그런데 나도 몰랐는데 또 헤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C랑 그런데 이후에 더 충격적인 것은 C랑 A랑 또 사귀었는데 거기에 내가 A보고 C가 여우라고 뭐라뭐라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재미있기는 하다. 그렇게 선생님의 근황도 듣고 내 이야기도 오고 가면서

커피를 마시러 갔다. 그런데 지하 1층, 2층, 다시 지상 2층, 4층을 왔다갔다하며 카페로 갔다.

공사중이셨고 선생님은 집 앞에 신세계 백화점이 있다보니 오래동안 안왔다갔다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주식 얘기도 하고, 일본가서 연애 얘기도 하고, 갔다와서의 얘기도 해나가고

그리고 선생님은 애들 하교시간이여서 가셨다. 다만, 마음에 걸린 것은 나를 위해 돈을 너무 많이 쓰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난 집에 왔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 다시 만나고 싶다.

이 행복의 감정이 영원으로 남기를. 이 아름다움이 가슴 깊이 남아있기를.

이 행복이 사라지고 다시 불안과 절망과 괴로움이 찾아오지 않기를.

소중한 지금과 순간, 그리고 추억 영원히 기억에 남아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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